/최완규(원광대학교 명예교수)
 /최완규(원광대학교 명예교수)

                                                                                      /최완규(원광대학교 명예교수)

전라천년사 발간을 앞두고 식민사학논쟁이 한창이다.

사실 식민사학 논쟁은 그 역사가 오래되었던 것으로, 한국과 일본 학계가 중심이 되어 보다 치열하고 근본적으로 다루어질 필요가 있는 과제이다. 그런데 21세기 대명천지에 한국에서 그들이 말하는 주류학계(강단사학)와 일부 교조적(일방적 편협적) 사고를 가진 집단과 논쟁을 벌이고 있으니 도대체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여기에 일부 정치인들까지 전라도 천년사폐기 주장에 동조하고 있는 현실은 학문연구에서 보감이 되는 엄정함과 정치적 중립성마저도 그 가치가 흔들릴 지경이어서 퇴직한 고고학 연구자로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들이 주장하는 요체는 전라도 천년사에서 일본서기에 기록되어 있는 고대 지명을 한반도에 비정하고 있기 때문에 소위 임나일본부설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특히 전라도 지역에 존재했던 마한과 관련된 지명 비정에 대해서는 일본 야마토 정권의 한반도 지배설을 합리화시켜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공격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이러한 주장이야말로 일본서기에 대해 냉정한 사료 비판도 없이 오히려 한없는 신뢰를 바탕으로 논리를 전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그동안 전라도 지역에서는 고고학적인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문헌자료의 절대적 빈곤으로 정확히 알지 못했던 마한에 대한 실체적 접근이 이루어져 왔다. 그것은 기원전 3세기 무렵 철기문화를 바탕으로 마한이 성립되었고, 이후 전개되는 분구묘’(언덕을 쌓아 무덤을 만드는 방식)의 변화 발전은 마한 정치체의 발전과정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이러한 마한문화는 전라도 지역의 기층문화로서 자리잡고 있었고, 백제 영역화 이후에도 그 지속성이 유지되고 있음도 확인되었다. 특히 대형 분구묘의 축조와 그 내부에 부장된 위세품을 통해서 마한 소국의 지역적인 모습을 그려낼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일본 근대화 과정에서 메이지유신처럼 전라도 지역에서 꽃피웠던 마한문화는 일본 고대문화의 기반이 된 야요(彌生)시대를 열게 해 준 정치체였다는 점이다. 특히 야요이시대의 보편적 묘제가 방형주구묘인데 그 원류가 한반도에서 유래했다는 증거는 일본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효고현의 히가시무고유적에서 송국리토기가 발견됨으로써 증명되고 있으며, 이 점은 일본 고고학자들도 인정하는 점이다. 또한 일본에서 전방후원분 출현 이전까지는 야요이 분구묘가 마한지역의 분구묘와 동일한 발전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점에서 마한의 야요이문화에 대한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전라도 천년사에서는 고고학적으로 마한 정치체가 자리잡고 있는 지역에 대한 과거의 문헌상의 정치체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일본서기에 대한 사료비판을 통해 백제 근초고왕때에 마한을 영역화하는 과정이 왜곡된 내용이란 점을 분명히 전제하면서 인용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에 그들이 주장한 바와 같이 이 지역들이 왜의 지배 하에 있었던 곳이라면 최고계층의 왜계 유적이나 유물이 발견되어야 하는데 고고학적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최근 전라도 지역의 고고학적 조사나 성과에 대한 식견이 조금이라고 있다면 왜의 한반도 지배설에 동조하고 있다는 식민지사관 프레임은 실상을 전혀 모르는 무지의 소치인 것이다. 전라도 천년사의 발간은 고고학적인 자료를 통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문헌자료의 보완재로서 우리나라 고대사의 공백을 촘촘히 메꾸려는 연구자들의 열정과 노력의 결과이며 이는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고고학이나 역사학자들의 집단지성은 일부 정치인이나 사이비적인 역사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식민사학을 극복하지 못할 만큼 무력하지는 않다는 점을 분명히 명심해 주길 바란다. 만약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식민사학이 현재에도 역사학계의 연구나 강단에서도 판치고 있다면, 절대적으로 그럴 일이 없겠지만 과연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찌될 것인가? 반대로 다양한 사고가 배제된 종교적 신념같이 움직이는 교조주의적인 사이비 역사학이 횡행하게 된다면 이 또한 어찌될 것인가?

전라도 천년사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가 있다면, 제발 식민사관이라는 잘못된 프레임에서 벗어나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접근해 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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