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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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에서 전주로 직장 동료와 카풀을 하며 출퇴근 하고 있는 A씨(36·여)는 육아휴직을 5개월 남기고 올해 복직했다. 바로 대출금 때문이다. 

A씨는 “현재 남편의 월급과 육아휴직급여를 합하면 500만원 수준인데 그 절반인 250만원이 대출금으로 나갔다”며 “생활비를 아끼느라 차도 안타고 다니고 먹고 싶은 것도 먹지 못하는 내 모습이 너무 서글펐다”고 말했다.

직장인 B씨(32·여)는 요즘 들어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전세로 살면서 최근 도내 한 아파트를 샀는데 다음 달부터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으로 165만원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B씨는 “은행에서 맞벌이 부부 소득에 맞게 대출을 받았는데 육아휴직을 하면 한 명의 급여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며 “그렇다고 복직을 하자니 베이비시터 비용만 월 200만원 이 상 들 것 같아 결국 허리띠를 졸라매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도내 청년 신혼부부들이 육아휴직 기간 커지는 원리금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시중은행이 ‘상생금융’ 차원에서 금리인하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한국은행 전북본부에서 받은 ‘전북지역 가계부채 현황’에 따르면 유형별 대출에서 주택담보 대출이 49.8%로 가장 많았다.

특히 경제적으로 취약한 청년층의 가계 대출이 크게 늘었다. 최근 5년 새 중장년인 40대와 50대 가계부채는 2.9%, 6.4%씩 줄었으나 청년층들은 9.2% 부채 규모가 커졌다.

이처럼 도내 청년층들이 집값 상승·금리 인하 기대에 ‘영끌‘ 매수에 나선 가운데 새 식구를 맞이하면서 육아휴직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육아휴직 급여액은 첫 통상 임금의 80%, 월 최대 150만 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사후지급금을 육아휴직 급여의 25%를 직장 복귀 후 6개월 뒤에 지급받는다.

4대보험, 국민연금을 내고 나면 1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데 이 돈으로 아이를 돌보며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청년들이 회사에서 육아휴직으로 소득이 감소할 경우 원리금 부담을 덜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 도내 시중은행들의 대출제도를 살펴본 결과, 육아휴직으로 인한 원리금 납부 중지나 금리 인하를 요구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는 게 한계가 있는 만큼 시중은행이 ‘상생금융’ 차원에서 육아휴직 기간에 한정한 원금 상환 유예나 금리 인하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북대 한 교수는 "청년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라도 소상공인 이자 지원 같은 정책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육아휴직 정책의 효과와 이용도를 높이려면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 기업에서도 CEO가 직접 나서 육아휴직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24일 ‘청년 내 집 마련 1·2·3’ 정책인 무주택 청년이 6억원 이하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연 2%대 금리를, 여기에 결혼 0.1%포인트·첫 출산 0.5%포인트·추가출산 0.2% 포인트를 추가하면 연 1.5%까지 낮아지는 금융지원 확대 안을 내놓았다./조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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