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및 마을의 역사와 전설, 지명, 그리고 인물들에 관한 것들은 오랫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다. 정선옥 작가는 구비문학이라 자칫 놓치기거나 묻힐 수도 있는 얘기를 재발견해 사람들에게 들려준다.

정 작가는 처음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공연으로 보여주면 괜찮겠다 싶어 희곡을 쓰게 됐다고 한다. 고루하지 않게 지역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새롭게 탄생시켜 현시대 사람들에게 가장 알맞은 언어로 전한다.

최근엔 그 결과물들을 엮어낸 희곡집 전북을 스토리텔링하다를 펴냈다. 책에는 지역 콘텐츠를 기반으로 각색한 아홉 개의 작품을 담았다. 이는 대부분 공연장에서 관객들과 만난 작품들로 친근하게 다가온다.

완주군에 살고 있는 작가는 이를 소재로 한 이야기가 주관심사였다. 첫 작품 운주면 설화 선녀와 나무꾼희곡이 운 좋게 공연으로 선보여지고, 이어 이서면의 콩쥐팥쥐도 무대에 올려졌다.

또 삼례읍과 봉동읍의 지명에 대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 뮤지컬 인형극 여시코빼기아홉 번 사는 고양이’, 그리고 용진읍의 유명한 인물인 비가비 명창 권삼득의 이야기인 내 소리 받아 가거라도 작품에 옮겼다. 이 외에도 화암사 창간설화를 기반으로 한 화암, 바위에 핀 꽃이란 작품도 있다.

이후 다른 지역의 스토리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어 남원의 춘향전을 모티브로 한 전주마당창극 변사또 생일잔치를 썼다. 김제의 스토리도 있다. 벽골제와 단야낭자 설화를 바탕으로 한 단야낭자와 벽골제 사랑이란 작품과 고독한 현대인의 상실과 귀신사가 품은 옛 전설을 잘 엮은 어느 날 우연히 찜질방이란 작품이 그것이다.

도내를 소재로 한 작품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소재로도 많은 작품을 썼다. 대구의 최초 아리랑이라고 하는 대구아리랑’, 진주 남강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진주난봉가가 그의 작품이다. 김해의 설화를 바탕으로 한 불의 전설은 전국 희곡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바 있다.

작가는 고창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모로비리국의 마지막 황녀라는 장편소설을 올해 3월쯤 출간할 예정이며 지금은 정읍 고부면 출신인 직지심체요절의 작자인 경운화상의 이야기를 담은 창극 대본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 전북문인협회 회장은 우리 고장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연구해 이룩해낸 놀라운 창의력과 가담항설을 생생하게 글로 담아냄으로써 예술의 역할을 선도하는 성취에 찬사를 보낸다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정해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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