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2일은 파리기후변화협정 채택 5주년이다. 2015년 12월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는 ‘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2주일’간의 회의를 거쳐 이 중요한 협정을 채택했다. 산업 선진국들에만 온실가스 배출 감축 의무를 부과한 ‘교토의정서’와 달리 파리기후변화협정은 참가한 195개국 모든 나라가 의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마지막 날까지 일부 참가국들의 제동으로 협상에 진통이 있었다. 마침내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보다 낮게 유지하고 장기적으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는 문화공동체 ‘아리아리’‘아리아리’는 정신장애를 가진 회원 및 복지시설 종사자들이 만든 공동체다. 비장애인들이 가지고 있는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고,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는 회원들도 주민으로서 다른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2018년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회원들이 모여 공동체를 만들었고 2019년부터는 완주군 상관면 정신재활시설의 정신건강간호사 김언경씨가 대표를 맡았다.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이웃과 소통하고 싶은 방법에 대해 고민하던 차에 우연히 지나가다 본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의 ‘컬
4월이 되어 남쪽 섬진강변 노란 산수유, 하얀 매화, 그리고 벚꽃 꽃망울이 연이어 터지고 산으로 진달래가 연분홍 물감처럼 번져 갈 때, 이 꽃길과 꽃내음을 따라 멀리 동남아시아, 호주 등지에서 겨울을 나던 여름 철새들이 한밤 중 은밀히 번식지를 찾아 돌아옵니다. 가까운 완주 이서면 야산엔 호랑지빠귀, 흰배지빠귀 선발대가 도착했으며, 익산 춘포, 옥구 회현 들판 위로 날렵하게 비행하는 제비를 볼 수 있습니다. 혁신도시 기지제에는 발구지가 잠시 한 숨 돌리며 쉬었다가 시베리아로 다시 떠났으며, 서해안 유부도 너른 갯벌엔 뉴질랜드에서 날
생태관광이란 생태계가 특히 우수하거나 자연경관이 수려한 지역에서 자연자산의 보전 및 현명한 이용을 통하여 환경의 중요성을 체험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관광을 말한다. 전북은 이런 생태관광에 맞는 조건을 갖춘 곳이 많다. 도내 생태관광지로 각광 받고 있는 지역을 찾아본다./편집자 주코로나 속에서도 ‘봄’은 온다.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겨울이 지나가고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봄이 왔다. 봄이 이렇게 우리 곁으로 찾아오듯 우리의 마음속에서도 진정한 봄날이 찾아오길 바라며, 흐르는 계곡물 소리에 성큼 다가온 봄을 만나러 ‘순창 강천산’으로
전주의 가을은 노란 옷을 입고 왔다. 계절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전주향교를 찾았다. 늦가을 전주향교는 노(老)선비의 노란 도포 자락이 때마침 부는 바람에 흩날려 대성전 마당에 융단으로 깔리고 있었다.전주시 교동에 있는 전주향교는 경기전 근처에 있었으나 학동들의 글 읽는 소리가 태조 어진에 소란을 준다고 하여 지금의 화산동으로 이전하였다가 1603년(선조 36)에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였다고 한다. 전주향교는 전라감영이 있던 곳의 향교로, 9칸씩 되는 동무(東?), 서무(西?)만 보더라도 여느 향교와는 달리 그 규모가 남다르다.한옥마을
완주군 운주면은 전라북도의 북쪽 끝자락에 있다. 예로부터 호남과 서울을 잇는 17번 국도가 지나는 곳이지만, 대둔산과 천둥산으로 둘러싸인 산골이다. ‘산내들희망캠프협동조합’ 이기열 대표(53)는 지난 2004년에 이곳으로 이사왔다. 젊은 시절부터 산을 좋아해서 대둔산 기슭에 새로 터를 잡았다고 한다.그런데 막상 와서 보니 산세 좋고 평화로운 것 말고는 모든 것이 열악했다. 사람들이 없었다. 우리나라의 농산촌이 대개 그렇듯이 고령인구가 많고 젊은 사람들의 유입이 없어서 2천 명이 채 안 되는 인구마저 갈수록 줄고 있다. 그가 살고 있
서(書)란 모름지기 예(藝)라기보다는 도(道)라 해야 맞다이치를 궁구하고, 몸을 닦으며, 가슴 속에 본심을 간직하여 밖으로 자신의 행동을 살피는 그런 공부를 하고 있었던 것인가. 부안군 행안면에서 출생한 소남 전진희 선생은, 무릇 서(書)는 서예(書藝)가 아니라 서도(書道)라고 거침없이 말한다.45년을 한결같이 글씨를 쓰며 산 소남 선생을 남들은 답답하다 할지 모른다. 그러나 붓 잡고 있는 게 그저 좋아서 그 속에 젖어서 산다 하는 선생은, 그 누구보다 자유롭다. 때문에 붓을 들고 있을 때면, 이 세상 아닌 곳으로 훨훨 날아 신선세
가을이 깊었다. 어느덧 입동이 코앞이다. 구절초를 비롯한 가을꽃들이 단풍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소리로 수런거리는 이때, 섬은 어떻게 가을을 앓고 있을까? 군산시 옥도면에 있는 선유도(仙遊島)를 찾아 나섰다.30여 킬로미터 새만금방조제를 내달리다 보니 어느덧 바다 위를 떠가고 있었다. 2017년에 개통된 고군산대교는 신시도와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를 잇는 연륙교다. 예전 같으면 군산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남짓 가야만 만날 수 있는 선유도를 단숨에 달려가 볼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하루쯤 묵지 않고 빠져나가는 차량과 관광객 속에서
가을이 짙어졌다. 코끝을 기분 좋게 간질이던 바람은 날카로워졌고, 푸르른 나뭇잎에는 가을 색이 내려앉았다. 언젠가부터 이렇게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길목에 서 있는 계절이 오면, 나도 모르게 ‘낭만주의자’가 되곤 한다. 로맨틱이 아니라, 낭만이다. 달콤함을 품고 있는 로맨틱보다 쓸쓸한 낭만이다. 그리고 마치 의식처럼 영화 한 편을 찾아본다. 낭만 가득한 영화 을. 사실 을 처음 본 17년 전, 그러니까 20대 때는 뭐 이리 촌스럽고 빤한 영화가 다 있나 싶었다. 첫사랑과 첫사랑의 2세들이 또다시 사랑에 빠지는 스
얼마 전 휴일에 불쑥 정도상 작가를 찾아갔다. 익산시 변두리에 있는 그의 집에서 마당의 잔디를 깎고 있었다. 6년 전 그가 익산에 터를 잡으면서 이 집을 고른 것은 순전히 ‘볕’ 때문이었다. 서울을 떠나겠다고 마음먹은 후 알아보던 중에 이 집을 소개받았다. 고칠 데 많은 낡은 집이었지만, 마당 가득 들어오는 볕이 너무 좋았단다.그는 지리산 백무동 언저리에 있는 산골마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후 어머니는 자식들을 데리고 서울로 이사했다. 사당동의 달동네에서 살았다. 어머니가 이런저런 허드렛일을 하는 것만으로 다섯 식구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고창 고인돌 유적. 화순?강화와 더불어 지난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고대의 무덤 유물이다. 거석에 정령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던, 그 태고의 신비를 찾아 나선다. 선사시대를 풍미했던 선사인들의 삶과 죽음 속으로.질마재 1코스 고인돌길 따라고인돌박물관에서 장살비재로 빠지는 1코스 고인돌길. ‘고인돌 질마재 따라 100리길’ 중 한 코스다. 8.9km 정도 되는 이 길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고인돌 유적이 현존한다. 고인돌박물관을 빙 돌아 뒤쪽으로 난 고인돌교를 지나 선사마을로 들어서면,
추분도 지나고 찬 서리가 내린다는 한로가 내일모레다. 그래서일까? 풀빛은 한풀 누그러지고 바람은 한결 고슬고슬하게 마음 사이를 드나든다. 꽃 진 자리에 열매들이 영그느라 산과 들이 분주한 요즘, 단풍 맞을 준비가 한창인 문수사를 찾았다.고창군 고수면 문수산에 있는 문수사(文殊寺)는 1,400여 년 전 신라의 승려 자장율사(慈藏律師)가 창건하였다고 전한다.코스모스가 한들거리는 황금 들녘을 지나 문수산이 감싸고 있는 문수사 일주문에 들어서자 크고 작은 단풍나무들이 와락, 우리를 품에 안았다. 절까지 이어지는 길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 얼굴에 와닿는 바람의 결이 좋은 계절이다. 어디론가 떠나야만 할 것 같은 가을날이다. 머릿속에 가을날과 여행을 나란히 놓고 보니 자연스레 기차역이 떠오른다.기왕이면 코스모스가 한들거리는 기차역이라면 더 좋겠다. 그렇게 실제 떠날 수는 없지만, 떠나는 설렘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가을날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 남원 서도역으로. 어찌 보면 주객이 전도된 게다. 영화를 떠올리고, 영화 속 장소를 찾아 떠난 게 아니라, 장소를 먼저 떠올리고 영화를 떠올렸으니 말이다.머리가 아닌, 마음이 먼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서 우연히 ‘오느른’이라는 채널을 발견했다. ‘MBC PD의 리틀포레스트’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몇 년 전에 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유명한 여성 감독이 만든 영화였다. 편의점 인스턴트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며 각박한 서울살이를 하던 주인공이 고향에 내려와 텃밭을 가꾸면서 어릴 적 친구들과 오손도손 살아가는, 일종의 ‘힐링 드라마’였다.아닌 게 아니라 이 유튜브 채널도 비슷한 분위기다. 서울에서 방송국에 다니는 젊은 여성 PD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김제에 와서 폐가를 고쳐 살고 있다. 그가 만
▲입암산 자락 대흥리 '솔티공방'전북 정읍시에 가면 정상부의 바위가 갓을 쓴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 입암산이 있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그 옛날 우금치를 넘지 못한 녹두장군 전봉준이 스며들었던 산이기도 하다. 태인 전투를 마지막으로 훗날을 기약한 전봉준 장군이 입암산성과 백양사 청류암을 거쳐 순창 피노리로 피신하였던 것. ‘솔티공방’은 바로 그 입암산 자락 대흥리에 자리하고 있다. 대흥리 버스 정류장 오른쪽으로 난 골목길을 끼고 한 10여 미터 들어가면, 푯말이 보인다. 베 짜는 공장을 리모델링해서 20년 넘
계절은 어김이 없다. 태풍 ‘마이삭’이 지나간 자리에 가을 냄새를 머금은 서늘한 바람이 서성인다. 햇빛도 풀빛도 사위어가는 이즈음, 철 지난 바다도 그 빛이 바래가고 있을까,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변산반도로 향했다.부안군 변산면 격포리에 있는 적벽강(赤壁江). 강(江)이 아닌 바닷가의 붉은 절벽이 바닷속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절벽은 수평선을 향해 달리다 가파르게 멈춰 서 있었다. 적벽강은 격포리의 해안 절벽 일대 층암절벽과 암반으로 이어져 있다. 당나라 시인 소동파(蘇東坡)가 놀았다는 중국의 적벽강만큼 경치가 좋다 하여 붙여진 이름
며칠 전 처서가 지났다. 아직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절기상으로는 이미 가을에 접어들었다. 완연한 가을은 아니지만, 아침, 저녁으로 부는 바람은 선선해졌다. 그리고 이렇게 선선한 바람이 불 때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조선 최초 야구단의 이야기를 그린 이다. 해마다 가을이면 이 영화가 떠오르는 이유는, 가을에 개봉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가을하면 떠오르는 스포츠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야구선수들은 ‘가을야구’에 진출하기 위해 땀을 흘리고, 야구팬들은 응원팀의 ‘가을야구’ 진출을 응원한다. 야
송가영 작가는 20년차 방송작가다. 방송작가는 드라마작가와 구성작가로 나뉘는데, 지역방송에서는 드라마를 제작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대부분 구성작가들이다. 송 작가도 구성작가다. 구성작가는 교양 프로그램, 오락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등의 기획과 구성에 참여하고 대본을 작성한다. 자료조사와 취재를 통해 얻은 사실을 가공해서 이야기를 만든다. 시나 소설을 창작하는 문학인과 사실을 보도하는 언론인의 중간 어디쯤에서 글을 쓰는 사람이다.송 작가는 어려서부터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해서 국문과에 가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대입수능시
고슴도치를 닮은 섬, ‘위도(蝟島).’부안에서 13km쯤 떨어진, 노을이 내려앉는 쪽에 위도는 있다. 격포항에서 큰 걸음을 하면 단숨에 건너 뛸 수도 있을 것처럼 지척인 곳. 그러나 막상 뱃길로 들어서면 40분이나 걸리는, 가까운 듯 결코 가깝지만은 않은 섬. 지금, 그 섬에 간다.순우리말 땅이름이 살아 있는 섬서쪽 당대 너머 해수욕장이 있는 도장금, 소금 생산하는 소금벌이라 해서 벌금, 떡시루 모양의 시루금, 파도가 길게 치면 어선이 몰려온다는 파장금, 솥뚜껑과 같다하여 솥 정(鼎)자를 붙인 정금, 마을이 깊은 지형에 위치해 깊은
긴 장마로 유난히 물이 많은 여름이다. 원인이야 우리 인간에게 있겠지만 그 물로 인한 상처가 크다. 하지만 폭포는 물이 없으면 폭포가 아니다. 비가 부슬거리던 여름날 폭포를 찾아 나섰다.완주군 소양면에 있는 위봉폭포. 완산 8경 중의 하나다. 세상의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고 위봉폭포는 의연하게 폭포 본연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무계단에서 멀리 바라본 폭포는 녹음 속에 감춰진 검은 바위 사이로, 자연스럽게 그리고 신비스럽게 아래로 아래로 내려꽂히고 있었다.때마침 내리던 비가 개어 구름인지 안개인지 모를 하얀 기운이 서렸다. 가히 선경